
로또냐 연금복권이냐, 세후로 따져보면 답이 달라진다
매주 토요일의 로또와 매주 목요일의 연금복권. 같은 1,000원짜리 꿈인데, 받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 꿈일까요? 숫자로 뜯어봤습니다.
하나는 확정, 하나는 복불복
뜻밖의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요즘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은 20억 6,000만 원, 세금을 떼면 약 14억. 연금복권720+ 1등은 매월 700만 원씩 20년, 세금 22%를 떼면 월 546만 원씩 총 약 13.1억입니다.
한 방의 로또와 월급의 연금복권 — 실수령 총액은 거의 같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연금복권의 13.1억은 확정 금액이고, 로또의 14억은 어디까지나 평균이라는 것. 로또는 운 좋게 혼자 당첨되면 세후 수십억이지만, 1등이 무더기로 나온 주에 걸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등 63명이 나왔던 회차의 1인당 당첨금은 4억 2,000만 원, 세후로 3억 남짓이었습니다. 1등이 되고도 연금복권 1등의 4분의 1을 받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것. 로또는 당첨된 다음에도 한 번 더 운이 필요한 구조인 거죠.
기본 스펙 비교
| 구분 | 로또 6/45 | 연금복권720+ |
|---|---|---|
| 1등 당첨금 | 평균 20억 안팎 (일시금) | 월 700만 원 × 20년 (세전 16.8억) |
| 1등 세후 실수령 | 평균 약 14억, 세후 3억~수십억 복불복 | 월 546만 원 × 240회 = 약 13.1억 확정 |
| 1등 확률 | 8,145,060분의 1 | 5,000,000분의 1 |
| 세율 | 3억까지 22%, 초과분 33% | 월 지급분에 22% 단일 |
| 추첨 | 매주 토요일 | 매주 목요일 |
| 가격 | 게임당 1,000원 | 장당 1,000원 |
표에서 짚어볼 숫자가 셋 있습니다.
확률 — 연금복권은 500만분의 1로, 로또(약 814만분의 1)보다 1.6배쯤 당첨되기 쉽습니다.
세금 — 연금복권 총액은 16.8억으로 3억을 훌쩍 넘지만, 매달 나눠 받는 구조라 월 700만 원에 22%만 붙습니다. 같은 돈을 일시금으로 받았다면 3억 초과분 13.8억에 33%가 붙어 세금이 5억을 넘었을 텐데, 분할 지급 덕에 총 세금은 3.7억 수준. 지급 방식 하나로 1억 넘게 아끼는 셈입니다.
고정 당첨금 — 로또와 달리 몇 명이 당첨되든 각자 월 700만 원 전액입니다. 나눠 갖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연금복권의 완승 같죠. 그런데 로또에도 결정적인 무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계산상으론 일시금이 앞선다
바로 시간입니다. 오늘 받은 14억과 20년에 걸쳐 받는 13.1억은 같은 돈이 아닙니다.
일시금 14억은 연 3% 예금에만 넣어둬도 첫해 이자가 4,000만 원 넘게 붙습니다. 월 546만 원을 5년 모아야 얼추 3억이 되는데, 일시금은 그 3억을 첫날부터 통째로 굴릴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연금복권의 월 700만 원은 20년 내내 액수가 고정이라, 물가가 오르는 만큼 실질 가치가 해마다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20년 뒤의 700만 원은 지금의 700만 원만큼 크지 않습니다.
계산기만 두드리면 결론은 명확합니다. 같은 값이면 일시금이 이득입니다.
그런데도 연금복권을 고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 게임의 진짜 변수가 수익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금복권의 본질은 '못 건드리게 하는 것'
거액 일시금의 최대 리스크는 세금도 물가도 아닌 관리입니다. 투자 권유, 빌려달라는 부탁, 커지는 씀씀이. 목돈을 받고 몇 년 만에 어려워지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죠.
연금복권은 이 문제를 제도로 막아놨습니다.
- 1등 당첨금은 법에 따라 일시금 수령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수령 권리를 남에게 넘기거나 담보로 잡히는 것도 안 됩니다. 통째로 날릴 방법이 없는 구조입니다.
- 만에 하나 당첨자가 사망해도, 남은 당첨금은 사라지지 않고 민법에 따라 가족에게 상속됩니다.
재미있는 구조도 하나 있습니다. 연금복권 2등은 1등과 번호가 같고 조만 다른 경우라, 같은 번호로 1~5조 세트(5,000원)를 사면 1등 당첨 시 나머지 4장이 전부 2등이 됩니다. 2등은 월 100만 원씩 10년(세후 78만 원)이니, 세트로 1등이 되면 첫 10년은 546만+78만×4장, 세후 월 858만 원이 들어옵니다. 판매점에서 5장 묶음으로 파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판단 기준은 이 한 줄
"목돈의 쓸모가 분명하고 관리에 자신 있으면 로또, 큰돈 앞의 나 자신이 걱정되면 연금복권."
- 수익률과 꿈의 크기가 우선이라면 로또 — 시간 가치, 세후 수십억의 가능성
- 확률·확정성·안전장치가 우선이라면 연금복권 — 1.6배 확률, 13.1억 확정, 일시금 봉인
어느 쪽이 우월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걱정을 해결해주는 상품입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변하지 않는 전제가 있습니다. 당첨 확률은 수백만분의 1이고, 복권은 재테크가 아니라 일주일 치 상상을 사는 오락이라는 것. 한 방의 꿈이든 월급의 꿈이든, 부담 없는 금액 안에서 즐기시길 바랍니다.
본 글은 정보·분석 제공 목적이며 특정 번호의 당첨을 예측하거나 보장하지 않습니다. 로또는 매 회 독립적인 1/8,145,060 확률의 게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