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1등 되고도 18억 날린 사람들, 그 돈은 어디로 갈까
한 해 500억 원이 주인을 못 찾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복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당첨자가 찾아가지 않아 소멸된 로또 당첨금이 521억 원에 달했습니다. 로또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같은 기간 연금복권은 39억 원, 인쇄복권은 79억 원이 주인 없이 사라졌습니다. 셋을 합치면 한 해 600억 원 넘는 당첨금이 그냥 증발한 셈입니다.
당첨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복권인데, 어렵게 찾아온 행운을 왜 놓치는 걸까요?
범인은 5,000원짜리, 그런데 1등도 있습니다
미수령의 대부분은 소액입니다. 가장 많이 안 찾아간 건 5등(5,000원)으로, 한 해 615만 건, 307억 원어치가 그대로 소멸됐습니다. "5,000원 받자고 가기 귀찮다"는 마음과 "산 것 자체를 잊어버렸다"는 경우가 쌓이면 이런 숫자가 됩니다. 지갑 속, 차 안, 책상 서랍에서 조용히 기한을 넘기는 거죠.
그런데 소액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5년 초에는 1등 미수령 당첨금 61억 7,000만 원이 한꺼번에 복권기금으로 넘어갔습니다. 어떤 당첨자는 18억 3,000만 원을, 다른 당첨자는 15억 7,000만 원을 끝내 찾아가지 않았죠.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자동으로 구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수동은 내가 고른 번호라 결과를 확인할 동기가 있지만, 자동은 번호에 애착이 없다 보니 확인 자체를 잊기 쉽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 돈은 어디로 갈까
기한을 넘긴 당첨금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전액 복권기금으로 귀속되고, 저소득층 주거안정 지원, 장학사업, 문화재 보호 같은 공익사업에 쓰입니다.
사실 복권기금은 미수령금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로또 판매액의 절반가량은 당첨금으로 나가고, 40% 남짓이 복권기금으로 적립됩니다. 1,000원짜리 한 게임을 사면 그중 410~420원이 기금으로 가는 구조죠. 이렇게 모인 기금의 65%는 저소득층·장애인 등 소외계층 복지사업에, 35%는 법으로 정해진 기관들에 배분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안 찾아간 5,000원도 없어진 게 아니라 어딘가의 복지사업에 보태진 겁니다. 좋은 곳에 쓰이는 건 맞지만, 기부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아까운 일이죠.
내 당첨금 안 날리는 법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습관 몇 개면 됩니다.
첫째, 산 복권은 그 주에 확인합니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복권 용지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당첨 여부가 바로 나옵니다. 수령 기한은 지급 개시일부터 1년이니 여유는 있지만, 확인을 미루면 결국 존재 자체를 잊어버립니다.
둘째, 복권 뒷면에 미리 서명해 둡니다. 당첨금은 복권을 가진 사람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분실했을 때 서명이 있으면 분쟁의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동행복권도 구매 즉시 서명해 두라고 안내합니다.
셋째, 보관에 주의합니다. 로또 용지는 열에 민감한 감열지라 뜨거운 곳에 두면 글자가 지워질 수 있습니다. 여름철 차 안 같은 곳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넷째, 예전에 산 복권이 마음에 걸린다면 동행복권 홈페이지의 미수령 당첨금 안내를 확인해 보세요. 만기가 2개월 이내로 다가온 고액 미수령 당첨금 현황이 게재돼 있습니다. 구매 지역과 회차가 공개되니, 그 시기 그 동네에서 복권을 샀다면 서랍을 뒤져볼 이유가 됩니다.
당첨은 운이지만, 소멸은 예정된 일입니다
로또 당첨은 8,145,060분의 1이라는 운의 영역이지만, 확인하지 않은 당첨 복권이 1년 뒤 소멸되는 건 정해진 규칙입니다. 800만분의 1을 뚫고도 확인 한 번을 안 해서 빈손이 된 사람이 실제로 매년 나옵니다.
복권을 사는 건 일주일 치 작은 설렘을 사는 일이고, 그 설렘의 마무리는 결과 확인까지입니다. 부담 없는 금액으로 가볍게 사되, 산 복권은 꼭 그 주에 확인하는 습관까지 세트로 챙기시길 바랍니다.
본 글은 정보·분석 제공 목적이며 특정 번호의 당첨을 예측하거나 보장하지 않습니다. 로또는 매 회 독립적인 1/8,145,060 확률의 게임입니다.